2014년 시작

2014년이 와버렸다.
지난 2013년은 쉽지 않은 한해였다.

‘2013년 시작'이라는 글을 쓴지 얼마 지나지 않은것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나가 버렸다.
한페이지에 2013년 시작 포스트와 2014년 시작 포스트가 한화면에 있는 모습을 보니 묘한 죄책감이 든다. 음.


2013년에는..

회사에서 준비중이던 게임이 오픈하고 난 뒤 여러가지로 여유가 생겨서 SLiPP 프로젝트에 좀 더 시간을 쓸 수 있었다. 기민하게 움직인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여유가 생기니 이것저것 아이디어도 생기고 여러가지 고민을 녹여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더해서 서비스를 개선하기만 한다고 해서 커뮤니티가 커지지는 않는다는 점 또한 뼈저리게 느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더 고민과 학습이 필요할 듯.

여유가 생기니까 개인적인 삶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기도 했다.

  • 전국일주
    제주도에서 상경해 솔로의 삶으로 고통받는 산남3인방이서 짧은 전국일주를 했다. 그냥 몇개 스팟을 정해서 돌아다닌거지만..
    그래도 좁은차에 텐트니 기타니 구깃구깃 넣어서 산도가고 계곡도 가고 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뻗어서 견인당하기도 하고 땅끝마을도 가보고 뭐 그랬다. 재미있었지.
  • 탁구
    XL GAMES가 판교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만화방, 안마방, 탁구대 등 복지시설이 늘어났는데, 원래 구기운동이라면 질색을 하는 나이지만 같이 즐기는 동료들이 있어 탁구를 배워보았다. 식후 한시간 정도 즐겼는데 컨디션도 좋아지고 사람들과 업무외적으로 시간을 함께하는것도 좋았다. 실력은 별로 안늘음.
  • 크로스핏
    제대로 운동을 해보자고 맘을 먹고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항상 늦게까지 자다가 지각을 하는 일상이었는데 새벽에 운동을 다니니 지각도 안하고 체력과 체격이 썩 좋아졌다.
    그리고 후술하게 될 신변의 변화의 때에 맞추어 그만두었다. 3달쯤되었을 무렵 관절에 슬슬 통증이 오나 싶더니 마라톤 이후 무릎이 나가버렸다. 단시간에 무리한 강도의 운동(크로스핏)이 원인으로 생각되서, 당분간은 좀 정적인 운동위주로 진행하려 한다.
  • 미니마라톤
    작년에 이허 올해도 10km짜리 마라톤을 두어번 나갔다. 체력적으로 힘든건 전혀 없었지만.. 위에 적은대로 마라톤 이후 무릎이 나가버려서 엄청 고생했다. 일상적인 걷기나 계단 내려가기가 힘든 수준? 그래도 물리치료를 받고 일주일정도 지나면 괜찮아지고는 했다. 만성이 될 조짐이 보이는것이 함정. 정적인 운동으로 운동근육을 좀 만드는게 선행되어야 할 듯 싶다.

그리고 10월의 마지막 주..
아직까진 여전히 내 가슴속 최고의 조직인 XL GAMES 웹서비스실을 떠나 COUPANG 애자일조직 롱아일랜드팀으로 거취를 옮기게 되었다.

회사가 서비스하는 게임이 생각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해 입장이 애매해 지기도 했거니와..
팀의 성향이나 함께하는 사람들,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의 훌륭함1과는 별개로 결국 게임회사는 게임이 메인이고 웹은 서브라는 점에 점차 한계를 느끼고 ‘내가 만든 서비스가 메인이고 싶다. 내가 만든 서비스로 돈을 벌고 싶다2'는 생각으로 회사를 옮기게 되었다.

중간에 쉬지도 못하고 썩 내키지 않는 조건으로 입사가 결정되었지만, 배우자는 생각으로 기쁨맘으로 일을 시작했으나..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

  • 말도안되는 레거시코드
  • 개발팀 외부에서 나는 대기업 냄새(별로 안좋은쪽으로)
  • 꽤나 방대한 조직의 구조와 그에 따른 협업/분업/작업스타일의 문제
  • 자존감문제 뭐 이건 사연이 많은데 이제 그냥 잊자.

힘든 시기를 보냈으나 이제는 수용 및 적응의 단계를 거쳐가고 있다. 이제 겨우 두달이 지났을 뿐이라, 내가 더 적응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그냥 피해갈 부분, 반드시 바꾸어야 할 부분도 모두 다 있다.
뭔가 쓸데없이 소모적인듯한 기분도 들지만.. 개발 외적으로 조직생활이나 프로젝트, 레거시를 끌고 전진하는 방법 등을 배우며 고민하고 있다.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데 (아닌가?!) 중요한 부분들이다.

마지막으로 작년 시작 포스트를 참고해보면, 내가 관심을 두고 파고들어보려는 항목을 열거했었는데 그 성과를 한번 돌아보자.

  • 모바일
    망했다. 손도 안댐.
  • css:
    전략이 중요하단 얘기를 했었다. 직장을 옮기고 함께하는 작업자가 몇배나 불어났기 때문에 더욱더 중요해졌다. 엄청난 레거시와 보수적인 문화도 함께하기 때문에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개념과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곧 몇개의 포스트를 나누어 정리를 해 볼 요량이다.
    아, 하위 호환해야 되는 브라우저가 ie7까지로 바뀌었다. 여러분! 이제 2014년이라구요!!
  • 접근성
    뭐 더 배운것도 없고, 밖은 여전히 수준히 심하더라. 이것도 새롭게 뭘 배우기보단 알고 있는것을 전파하는데 더 힘을 들여야 할 듯.
  • 프로그래밍
    XL GAMES에서 여유롭던 시간에 ruby/python/java 모두 ‘간단한 웹서비스 구축 튜토리얼 따라해보기’ 정도의 학습을 했다.
    아, ruby/python 얘기만 했었는데 역시 내 주변 생태계에서는 모두 java를 하고있기 때문에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 지금은 java 우선순위가 꽤 높다. 당장 실무에 쓰기도 하고. 그런데 스크립트 언어 쓰다 이거 하려니까 납득이 안되는 코드가 많이 보여 힘들더라.3
  • 꾸준히 지속적으로 뭔가하기 지속적으로 하고있는것들은 있지만 꾸준히 하질 못했다. 이건 신년다짐에서 더 반성해보자.

해서, 2014년에..

뭔가 신년계획을 세워야지하고 회고를 해보니, 마냥 놀기만 했던건 아니지만 개인의 성장 측면에서 좀 더디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다. 뭐 이런저런 일들이 있긴 했지만 확실히 내 태도에서 문제가 되었던 점이 있다. 작년에 계획했던 것 중 제일 지켜지지 못한 ‘꾸준히 지속적으로 뭔가하기’ 이다.

해서 올해는, 년단위 장기 계획보다는 달단위, 분기 단위의 계획과 내 하루하루의 생활패턴에 대한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먼저 생활 패턴에 대해서.

  • 일찍 일어난다. 졸리면 늦잠을 잘게 아니라 낮잠을 잔다.
  • 회사일에 목메지 않는다.
    내 이상과 회사의 일을 분리해서 생각한다. 이는 회사를 단순히 일터로 보겠다는 것은 것이 아니라 규모가 큰 회사에서 업무진행에 나의 에고를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자는 다짐이다. 분위기를 오염시키지말고 슬며시 내 색을 녹여낼 방법을 차분히 고민한다.
  • 미루지 않는다.
    고민은 정말 충분히 넘치도록 많이 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멘탈이 번아웃되서 선뜻 무언가 일을 시작하는것이 몹시 힘들게 되었다. 이를 극복하고 떠오른 일은 그날 당장 무언가 한다. 최소한 기록이라도 한다.
  •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
    이것또한 최근들어 더욱 심해진것인데, 웬일인지 뭔가 하려고 하면 금새 장벽에 가로막혀 버리는 것이다. 1년전의 나였다면 돌파해냈을 법한 것들도 어느새 쉽게 포기하고 납득하게 되어 버렸다. 원래의 멘탈을 되찾고 이를 극복하자.
    (무겁게 썼지만 사실 전날 늦게 잤다고 그냥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해버린다든가 하는 간단하고 일상적인 이슈가 대부분이다)
  • 나의 삶을 찾는다.
    새로 직장을 옮긴 뒤 적응도 필요하고 뭔가 보여줘야한다는 강박감 같은 무언가 때문에 나를 위한 시간이 없었다. 회사에서 일하고 있거나 집에와서 피자쪼가리 씹으면서 침대서 뒹굴고 있거나.
    이제 하루에 일정시간, 힘들면 일주일에 일정시간을 잡아서 취미활동을 해보겠다.
    그게 기타가 될지 독서가 될지 영어공부가 될지 수영이 될진 모르겠다. 뭐 여튼 후보는 많으니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하겠다는거다.

다음은 분기 목표다.

  • sass를 전파한다.
    전 직장에서는 동료들이 쉽게 수용해주고 훌륭하게 적응해 주었지만, 역시 바깥세상은 달랐다. 하지만 이걸 마냥 남탓을 할 순 없다. 환상에 빠져서 제대로 전파할 생각은 안하고 내 멋대로만 써온 벌을 이제 받는거다. 내가 살아가려면 내가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나를 위해서 하자. 내가 그동안 얻은 지식을 글이든 슬라이드든 동영상이든 어떻게든 풀어내어 보자.
  • 개인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공허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 무슨 아이디어가 딱히 있는것도 아니고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 나만의 무언가를 한다는건 중요한거다. 이건 오래된 생각인데 여태 실천은 못하고 있는 그런것이다. 그러니 시작하자.

하자. 미루지말고 지금하자.

작년글에서 하자라고 끝을 맺었다. 거기에 미루지말고 지금하자를 더해본다.
그리고 그 시작이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이었다.
일년 후 또 새해의 시작에서 이 글을 돌아볼 때 부끄럽지 않도록 하자 ;)


  1. 사실 회사를 다니던 그땐 잠시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만한게 없더라..

  2. 후에 생각해보니 좀 우습더라. ‘내가 만든 서비스로 돈을 번다'는건 관점에 따라 이전에도 그래왔을 수 있고 지금도 그렇지 않을 수 있는 뭐 그런 문제.

  3. 사실 이건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레거시코드의 문제일 수 있다. 뭐 봐야하는/보고있는 코드가 다 레거시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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